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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잘 못 길렀다 0509

  • 임철성
  • 2021.05.08 오후 01:19

잘 못 길렀다

 

머니가 몇 달을 아프셨는데 검사결과 대장암이었습니다. 몇 주전 수술을 잘 마치고 회복중이라는 말씀을 전해 들었습니다. 큰병 없이 잔병치레만 하셨는데 금번에 큰일을 경험하셨지요. 이 일을 통해 어머니는 삶에 대한 마음을 많이 비우셨을뿐 아니라 그동안 자녀들을 향해 가지셨던 섭섭함도 어느 정도 내려 놓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목사라 일찌감치 내놓아서 그런지 별 기대도 하지 않으시지만 누나들에 대해서는 좀 다르시더군요. 시시콜콜 섭섭한 것들을 꺼내 놓습니다. 가까이 사는 큰 누나가 고생이 많지요. 이런 누나를 두둔할라치면 먼저 기분이 상하시는지 말도 못 꺼내게 합니다.

 

머니로부터 듣기 싫은 말 몇 가지가 있습니다.“너희들을 잘 못 길렀다”는 것과“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에베소서 6장에 나오는 부모에게 순종하고 공경하라는 말씀을 염두에 두신 것 같습니다. 이만하면 그래도 잘 컸다고 생각하는 우리 형제들의 생각과는 달리“잘 못 길렀다”는 표현은“난 잘 못 컸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말꼬리를 잡고 싶지 않아서“어머니, 잘 키우셨어요, 훌륭해요”위로를 드리지만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똑같습니다. 그러던 어머니가 수술 이후 반성하듯“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는 말도 있더구나”라며 본인의 깨달음을 표현하시더군요.

 

마터면‘그걸 이제?’라고 표현할뻔 했습니다.‘어머니의 이런 생각이 얼마나 가실까?’ 지나친 의미 부여는 미루었습니다. 어머니날을 맞이하여 나눈 잠시동안의 대화였습니다. 어머니의 결론은 누나들과 잘 지내고 있으니 멀리서 걱정하지 말고 목회에 집중하라는 의미였지요. 어려서부터 2대 독자인 저를 어렵게 생각하고 누나들보다 대우하셨습니다. 지금은 아들이라기보다는 목사로 대하십니다. 몇 년전 한국을 방문했다가 장례 때문에 하루 앞당겨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는 자신을“죽은 사람보다 못하다”고 하시며 섭섭해 하시더군요.“잘 못 길렀다”가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해피 마덜스데이!

 

2021. 5.9. 임철성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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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못 길렀다 0509
  • 2021-05-08
  • 임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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