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물
이전 교회에서는 매년 요람을 만들었습니다. 사진과 함께 부부 이름을 올렸는데, 먼저 배우자를 떠나 보낸 성도님들이 가끔 부탁을 합니다.
"목사님, 일년만 더 같은 사진과 이름을 넣어두면 안될까요?"
이미 돌아가신 분을 공식적인 요람에 넣는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겠지요. 연말이면 여러
면에서 한해를 정리하게 되는데, 특히 올해 돌아가신 분들을 정리하며 남아계신 분들의 이름만 덩그러니 올리자니
마음에 걸렸습니다. 매년 추모예배를 인도하는 것은 피차 어려워도 1주기까지는
함께 추모하고 싶습니다. 그날이 다가오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아버님의 14주기 추모 전날,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고맙다, 기억해줘서..."
인사를 하십니다. 누나들과 가족들은 12월
초에 미리 산소를 방문하고 돌아갔다고 하는데, 멀리서 전화 한 통으로 대신하는 저는 더욱 죄송한 마음이었지요.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삼십대에 아버님을 잃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더 몰려옵니다.
기일에 아버님의 설교를 꺼내 읽으며, 일부러 아버님이 매시던 유행 지난 넥타이를
매고 다녔습니다. 어린 시절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억하려다가 선물 주시던 아버님 당신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체중은 늘고 배는 나왔지만, 요즘 제가 많이 얇아졌습니다.
깊이 있는 삶은 아니더라도 너무 얇아지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는데, 요즘엔
그 고민도 뜸해졌습니다. 성탄절, 송구영신예배, 청지기 헌신예배, 신년 특별새벽기도회...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들인데, 선물을 가볍게 대하는 것 같습니다. 아픈 친구를 위해
18시간의 운전과 "함께함"을 기쁘게 여기며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를 떠올리던 어느 성도님의 간증도 큰 선물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헤브론 교회에 주신 선물들이
참 많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인데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네요.
2019. 12. 22. 임철성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