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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하늘의 수도원

  • 임철성
  • 2020.01.24 오후 05:05

하늘의 수도원

, 복도, 중간자리…비행기를 타시게 되면 주로 어떤 좌석을 선호하시나요? 저는 복도쪽 좌석을 선호합니다. 창문쪽은 밖을 볼 수 있지만 타원형으로 된 비행기의 안쪽 좌석이라 좁습니다. 물론 양쪽에 사람이 없다면 중간도 좋지만 대부분은 양쪽에 끼어서 가니까 불편하지요. 이번에도 복도쪽 좌석을 예약했는데 가운데 자리가 비어있어서 그나마 편했습니다. 더군다나 창문쪽에 앉은 청년이 한번도 일어나지 않아서 저도 덩달아 4시간을 꼼짝 않고 앉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이 비행기 여행을 가리켜 하늘의 수도원이라고 표현하던데, 꽤 의미심장합니다.

 

니터도 없는 오래된 비행기이기도 하고, 전날 노회수련회에 참석한 후 새벽에 도착한 터라 약 먹고 조용히 잠을 청했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일어난 후,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논문을 읽어가는 중에 산만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마음이 안정되어 갔습니다. 그뿐 아니라 장래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를 허락해 주셨는데 혹시라도 잊어먹을까봐 부지런히 노트에 적어두었습니다. 땅에서 살다가 잠시 하늘에 떠 있는 동안 커다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였습니다. 비행기 타는 것을 언제나 마지못해 하는 고역으로 여겼는데, 땅에서 벗어난 하늘 수도원의 은혜가 있더군요.

 

늘 수도원의 경험은 잠깐이었습니다. LAX에 도착하자마자 몸만 분주해진 것이 아니라 마음도 생각도 바빠졌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일들이, 그리고 걱정과 염려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실상 제게는 하늘도 땅도 똑같은 세상입니다. 다시 하늘의 수도원에 들어가도 빨리 도착하기를 바라며 연신 시계를 볼 것입니다. 기름 타는 쾌쾌한 매연에 코를 막을 것이며, 조여오는 귓가의 통증에 귀를 막을 것이고, 비좁은 좌석에서 이리 저리 몸을 비틀겁니다. 와플과 쿠키, 쥬스와 커피 중에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할 것이고, 웬만하면 비행기를 타지 말자는 똑같은 결심을 하겠지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2020. 1. 26. 임철성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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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의 수도원
  • 2020-01-24
  • 임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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