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설교: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은 여인 에스더
에스더의 히브리식 이름 '하닷사'가 보여주듯이(7절), 에스더는 두 가지 다른 세계 사이에서 히브리적 정체성과 페르시아적 정체성이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에스더는 페르시아의 중심부, 페르시아의 왕궁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페르시아의 왕궁은 사람이 지배계층의 소모품으로 여겨지며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문화, 윤리가 실종되고 쾌락이 중심이 되는 문화를 가진 세계였습니다.
아하수에로 왕은 와스디를 대신할 왕후를 선발하기 위해 전국 각 지방에서 아름다운 처녀들을 모읍니다. 에스더는 아름다운 용모 때문에(7절) 왕궁으로 이끌려 갑니다(8절). 에스더는 모르드개의 조언대로, 자신의 민족과 종족을 밝히지 않습니다(10절). 자신의 출신이 알려지면 그것이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에스더가 후궁에 들어가기 전에는 어느 정도의 유대 정체성을 유지했고 얼마나 율법을 지켰는지 알 수 없지만, 후궁을 들어간 후에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기 때문에 유대 정결법, 음식법, 안식일 규례 같은 것들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따라서 에스더는 유대인들이 신앙의 모범으로 삼을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요셉처럼 저항했던 것도 아니고,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다니엘처럼 저항했던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혹자는 에스더를 요셉이나 다니엘과 비교하며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에스더는 후궁에 모인 다른 처녀들과 달랐습니다. 왕후 선발의 후보로 모인 처녀들에게 왕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왕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를 준비해서 왕을 만났습니다(13절). 하지만 에스더는 내시 헤개가 정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구하지 않았습니다(15절). '나는 세상에 속하지 않았습니다(cf. 요 17:16). 나는 페르시아 왕궁 문화를 그대로 따라 살지 않겠습니다' 라는 생각을 삶으로 전한 것입니다.
놀랍게도 왕의 은총을 받기 위해 애쓰며 경쟁했던 다른 처녀들이 아니라 에스더가 왕의 마음을 얻게 됩니다. 에스더는 이미 헤개의 마음과(9절) 주변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얻었습니다(15절). 세상을 사랑해야 세상에서 사랑을 받을 것 같은데, 오히려 세상을 사랑하기를 포기할 때 온 세상의 마음을 얻게 되는 신비입니다. 에스더를 사랑한 사람들은 모두 페르시아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상황에서 이해하자면, 에스더는 교회 안에서 좋은 평판을 얻은 게 아니라, 세상에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부르심은 세상에서 사람을 얻어내는 것(마 4:19), 곧 선교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묵상을 위한 질문
1. 세상에 살고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신자의 정체성(요 17:16)이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2. 세상 가운데서 신자의 부르심은 세상의 사람들을 얻는 것입니다(cf. 마 4:19; 눅 16:9). 어떻게 우리의 신자다움으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