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일주일에 몇 번이나 "죄송합니다"를 듣거나 말하시나요? 사전적으로 "마치 죄를 진듯 마음이 편치 못할 때, 예의를 지킬 때 흔히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어떤 분은 죄송하다는 표현을 자주 하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하지만 저는 죄송하다는 말을 잘 하는 편입니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죄송한 마음이 들때도 많지요.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늦어서, 실수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시간을 빼앗아서, 봉사를 못해서, 몰라 봐서, 나이가 많아서, 병에 걸려서---. 그런데 끝에서 두 개의 이유는 좀 이상하지 않으세요?
고이원히 장로님의 장례 예배를 잘 마쳤습니다. 장로님은 병상에서 "감사하다, 후회없다, 준비됐다"는 표현을 자주 하셨지요. 사실 한 마디를 더 하셨는데, "죄송합니다"였습니다. 워낙 예의바른 분이라 이해는 갔지만 당신의 질병과 고통만으로도 벅차셨을 그 순간에 남에 대한 배려까지...장로님의 진심과 배려에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얼마 전 침통한 얼굴로 저를 찾아오신 어떤 권사님이 가족의 중병소식을 나눠 주시고는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라고 하셨을 때에도 똑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아니 제가 더 죄송하더군요.
어떤 성도님이 헤브론 마당의 나무 사진과 글을 보내셨습니다. "굵은 가지, 뒤틀린 가지, 걸쳐있는 가지, 상처투성이 가지..각양각색의 줄기들에 잎들이 붙어있는 조화로운 모습에 참 아름답다고 느끼며, 헤브론 교회가 이런 나무되길 기도했어요." 사람들은 예의바른 사람을 좋아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헤브론 교회는 "죄송합니다"를 지금처럼 잘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서, 오래 살아서, 병에 걸려서, 모자라서, 못나서,---" 죄송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너무 슬프고, 아프쟎아요. 잔소리 길게 해서 "죄송합니다!"
2019. 5.19. 임철성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