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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시카고 허니문 끝나다 0203

  • 임철성
  • 2019.02.01 오후 04:32

시카고 허니문 끝나다

 

카고를 처음 방문했던 2005 12월은 날씨도, 환경도, 교회도, 온통 쌀쌀한 회색도시였습니다. 버지니아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계속 연착되어 어느 여관에서 밤새 잠을 설쳤지요. 이른 새벽 비행기를 탄 후,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이런 곳에서도 사는구나' 생각하였습니다. 헤브론에 부임한지 2년이 되었을때, "시카고 어때요? 적응 좀 되셨어요?" 라는 질문을 꽤 들었습니다. 매서운 바람, 폭설, 긴 겨울 이야기에 처음에는 제법 긴장하며 마음도 단단히 먹었지요. 지낼만 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상쾌하기까지 했으니까요. 막상 겨울 두 번을 지내고 나서 "... 좋아요."라고 답한 지가 얼마 안되었습니다. 2주 동안의 폭설, 그리고 이틀 동안의 강추위를 경험하며 드는 생각, '시카고와의 허니문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시카고의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찮으셨냐고 여쭙는 것도 무색합니다. 한 주 내내 날씨와 온도를 확인하며 마이너스(-) 붙은 화씨에 익숙해져 있다가 마이너스가 사라지니, 섭씨-영상인줄 착각하여 따뜻하게 느껴지더군요. 살인한파, 최악한파, 25년만의 기록한파… 처음 겪는 일이라 조바심도 나고 두려움도 생겼습니다. 평생 가 볼일도 없는 북극의 추위와 공기를 이곳 시카고에서 경험한다는 낭만적인 마음이 여유를 가져오기도 했지요. 너무 춥거나 더울 때면 이 추위와 더위를 모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 바꿔 사용하면 좋겠다는 상상을 이번에도 해봅니다. 허니문은 필요한 것이고, 좋은 것이지만 허니문이 끝나야 현실을 삽니다. 관광객이나 방문자가 진짜 시카고를 얘기할 수 없지요. 그런 면에서 25년 이상 시카고에 사신 분들은 시카고를 얘기하셔도 됩니다. 안부 여쭙니다. "한 주간, 괜찮으셨어요?!"

 

2019. 2.3. 임철성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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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카고 허니문 끝나다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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