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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떠나보냄 0815

  • 임철성
  • 2021.08.14 오전 09:31

떠나보냄

 

난 주에는 뭐가 참 많았지요? 100도가 넘는 폭염에, 폭우에, 폭풍까지… 참 다양했습니다. 허리케인과 무관한줄만 알았던 이곳에 뽑히거나 찢어진 나무들의 잔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예전에 살았던 북부 버지니아도 허리케인 열외지역인데 딱 한번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도로가 끊어져 집에도 갈 수 없었고, 일주일 동안 정전이 되어 냉장고를 싹 비워야 했었습니다. 드디어 막내가 대학으로 떠납니다. 뭘 챙겨 가야하는지, 가서 몇학점이나 수업을 듣는지, 그 길이 어떤 길인지도 잘 모릅니다. 어느 성도님은 대학에 아들과 딸을 떠나 보낼 때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더군요. 아들을 내려주고 떠나는 것이 어려워 일부러 늦장을 부렸다는, 결국 백미러에 비친 손 흔드는 아들의 모습에 눈물을 훔쳤다는 남편 이야기를 어제 일처럼 꺼냅니다. 첫째와 둘째를 떠나보낼 때 비교적 수월하게 보냈고, 막내가 대학 가면 얻게 될 자유를 기다렸던 탓에 시원할 줄만 알았지요. 그런데 생각할수록 마음이 영 심란합니다. 코 앞의 대학인데도 말입니다.

 

생부터 몸이 약했던 막내아들에 대해 건강하게만 자라면 좋겠다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헤브론에 오기 전, 수술받은 아내와 떨어져 막내와 한 방을 쓸 때였지요. 새벽기도를 가려고 조심스럽게 일어서는데 언제부터 깨어 있었는지 막내가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그리고 왜 이사를 가야 하는지, 안가면 안되는지를 묻고 연신 눈물을 흘립니다. 눈물을 닦아주고 어깨를 토닥이며 설명을 했지만 진정이 되지 않더군요. 새벽기도 시간을 맞추느라 우는 아이를 뒤로해야 했습니다. 불편한 마음을 벗어나려고 오히려 제 자신에게 거듭 상기시켰습니다.‘누나와 형도 이미 다 겪은 일인걸…’이제 막내는 우리집에서 제일 키가 큽니다. 키가 컸다고 마음까지 단단해진 건 아닙니다. 제 시간에 일어날지, 강의실은 바로 찾아갈지, 좋은 친구들을 만나며 계속 자라고 단단해지길 기대할 뿐입니다. 여러 이유로 자녀들을 떠나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떠나보내는 부모들의 마음도 단단해지길 바랍니다. 허리케인은 어디든 가니까요.

 

2021. 8. 15. 임철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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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나보냄 0815
  • 2021-08-14
  • 임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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