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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시카고가 좋다 0901

  • 임철성
  • 2019.08.30 오후 02:26

시카고가 좋다

 

사디나, 캘리포니아에 와 있습니다. 미루어 두었던 논문을 마감하려고 논문지도를 받으며 정리하고 있습니다. 2012년 가을에 시작했던 공부였고, 그 당시만 하더라도 재충전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논문 쓸 마음이 없었습니다. 코스웍을 마친 후, 논문을 통해 목회계획을 세워보라는 조언에 솔깃하여 시작한 것이 막바지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수업을 들으러 급하게 왔다가 돌아갔던 때와는 달리 숙소와 도서실을 오가며 느끼는 영성과 감흥이 있습니다. 설립 70주년을 넘긴 훌러신학교가 재정란을 겪으며 조만간 이사를 예정하고 있다는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러신학교가 있는 파사디나에서 3마일 떨어진 알타디나에 숙소를 구했습니다. 지저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깨끗하다고도 할 수 없는 낡은 방에 침대와 책상만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시카고의 시차를 따라 생활하고 있는데, 뒷마당의 개 짖는 소리와 에어컨 소음과 추위, 그리고 저의 기침소리에 자다가 두세번은 깹니다. 가끔 산에서 곰이 내려온다던데 그래서 백야드마다 울타리를 높이 세우고 개를 키우나 봅니다. 이 곳은 플라스틱백 한 장당 10센트를 부가하더군요. 세 장의 백을 버리지 않고 아껴서 씁니다. 중부에 없는 산이 코 앞에 있습니다. 올라가지도 못하고 오고 가며 바라만 봅니다.

 

가주에만 약 1,100개의 한인교회가 있고, LA에만 300개가 있다고 하는데, 주일에 어느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할지 고민스럽네요. 시카고에서는 한 번도 하지 않을 고민을 이곳에선 하게 됩니다. 벌써 9월입니다. 본격적인 가을 사역이 시작되면서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를 준비하는 4사분기에 교회를 비우게 되서 마음 한 켠에 부담이 됩니다. 나와보니 시카고가 좋습니다. 플라스틱백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도 아니고, 밤에 개 짖는 소리가 없어서도 아닙니다. 시카고엔 가족과 교회,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하늘이 있으니까요. 제가 없는 동안 가족과 교회를 부탁드립니다. 금요일에 뵐게요.

 

2019. 9.1. 임철성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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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카고가 좋다 0901
  • 2019-08-30
  • 임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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