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소풍
며칠 뒤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소풍을 갈 것입니다.
내가 우리 아이들 만했던 초등학교 때는 소풍 가기 전 날 밤 하나님께 제발 비오지 않게 해달라고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곤 했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소풍 전날인지 시험 전 날인지 도대체 무덤덤합니다.
무엇보다 소풍 기분이 안 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도시락입니다.
아이들 소풍 도시락으로 똘띠아나 샌드위치를 쌀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격소지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아직 옛날 그 소풍의 느낌이 날 테니까요.
소풍가는데 김밥을 안 싸다니..... 김밥없는 소풍이란 그야말로 고무줄빠진 빤쓰랑 뭐가 다르단 말입니까?
이른 새벽에 일어나 고소한 참기름 냄새 풍기며
계란 지단에, 시금치 나물에, 부엌에서 분주한 엄마를 보는 일로 으례 소풍날 아침을 시작했던
나는 내 아이들의 무덤덤한 소풍의식(?)이 시시하다 못해 섭섭하기까지 하네요.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시금치가 그땐 왜그렇게 싫었는지....엄마한테 빼달라고 특별주문을 한 적도 있지요.
근데 막상 시금치없는 김밥은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부조화스런 색감때문에 별로더라구요.
일찍 일어나 엄마 옆에서 지청구 먹어가며 집어먹는 김밥 꼬랑지의 맛이란~~~아시죠 다들?
선생님께 드릴 것은 1회용 대나무 도시락에 따로 하나 마련해주시던 울 엄마의 쎈쓰.
정성들여 싸시느라 김발 돌돌만 손에 힘을 더 꽁꽁 주셨겠지요.
울 엄마는 빨간 색 속 재료로 생선 소보로를 만들어 넣으셨어요. 생선 살을 쪄서 부순 다음 여러번 헹구고
물기 짜서 설탕이랑 소금 식용 색소 살짝 넣어 보실보실하게 만들어서 둥글게 또는 네모나게 빚은 초밥에
묻혀서 깁밥 한 켠에 두어 개 놔주시기도 했어요. 나름 데코레이션!
나중엔 엄마도 귀차니즘땜에 그냥 소시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