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 수확의 현장 (최수경 씀)
지난 봄에 담밑에 빈 땅이 생겨 모종을 몇 가지 했었습니다.
호박, 고추, 오이, 방울 토마토.....
'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영근다'
라는 속담을 실감하게하는 수확의 계절이 제게도 드디어 왔습니다.
제 수확의 현장은 대강 이렇습니다.
호박넝쿨은 갈 곳이 없어 그나마 비실비실 자란 고춧대에 넝쿨손을 칭칭 감아 버렸고,
방울 토마토는 디딤대가 없어서 채 익지도 않은 퍼런 열매만 잔뜩 매단 채 옆으로 쓰러졌습니다.
오이?
분명히 심은 사실이 있건만 심었다고 짐작되는 자리에 잡초만 무성할 뿐 흔적도 없으니.....
아무리 감추려 해도 참으로 처참하게 만천하에 드러난 지난 여름 저의 게으름이었습니다.
오늘은 방울 토마토라도 어찌 일으켜 디딤대에 그 힘겨운 가지를 묶어줘보려 합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방울 토마토들이 빨갛게 익어갈 수 있게요.
---------------------2010년 9월 29일 최수경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