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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0206

  • 전희준
  • 2022.02.06 오전 05:26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11월 중순에 우연히 교수초빙공고를 본 시점부터 12월 중순에 결정이 되기까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3월부터 시작되는 강의를 위해 귀국해야 했기에 주어진 시간은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변화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결이가 프리 스쿨 갈 때까지는 이 곳에서 사역할 것으로 생각하셨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희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태로 헤브론 교회를 떠난다는 슬픔을 마주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갔습니다. 지난 두 달,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신없는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계속 한 찬양이 입가를 맴돌았습니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인생 전체를 돌아보는 고백이겠지만, 저희에게 이 찬양은 구절구절마다 한 단어가 덧붙여질 때에야 비로소 의미가 완성되는 고백이었습니다. 바로 “헤브론에서” 라는 단어입니다. “헤브론에서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헤브론에서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헤브론에서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습니다.

 

6년 동안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외로운 유학생 시절에 헤브론은 가족이 되어 주었습니다. 코비드로 성도님들을 잘 섬기지 못할 때에도 언제나 저희를 먼저 염려해 주셨습니다. 자녀가 없던 저희를 위해 간절하게 기도해주셨고, 한결이가 태어난 후에는 마치 자신의 자녀, 손주인 것처럼 기뻐해 주시며 감당할 수 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특별히 부족한 사람을 기꺼이 부목사로 불러주시고 행복한 목회를 할 수 있도록 과분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담임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은혜는 자격없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진리를 삶으로 체험했습니다.  

 

교회 목회하라는 덕담 대신 초심을 잃지 않는 목사되라는 덕담을 부탁드렸던 새벽 설교로 저를 기억하겠다는 한 성도님의 작별인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은혜받은 자의 자세를 되새깁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2022. 2. 6. 전희준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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